[담화총사 칼럼] 조윤민 작가의 “김학주 詩를 쓰다.”
K-그라피 이길주 기자 | 이 작품은 크고 극적인 결말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작고 구체적인 바람을 건넨다. “하루에 한 번쯤은 누군가 무릎을 탁 칠 수 있고, 누군가의 하루가 따뜻함으로 채워지면 좋겠다.” 김학주의 시는 인생의 결론을 선언하지 않는다. 그것은 태도의 축적에 가깝다. 조윤민 작가의 K-그라피는 이 태도를 가장 다정한 이미지로 번역한다. 작품 속 기린은 고개를 낮춘다. 가장 키가 큰 동물이 가장 낮은 자세로 다가오는 장면이 대비가 작품의 윤리다. 높이의 상징인 기린이 낮아질 때, 돌봄은 비로소 가능해진다. 엄마 기린의 눈빛과 아기 기린의 체온이 맞닿는 순간, 시의 문장은 더 이상 추상이 아니다. 지혜는 설명이 아니라 몸짓이 된다. 먹으로 적힌 문장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하루의 호흡을 닮는다. 급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으며, 한 줄 한 줄이 ‘숨 고르기’의 리듬을 유지한다. 색채는 파스텔처럼 번져 따뜻함을 남기고, 여백은 말하지 않은 친절의 자리를 비워 둔다. 이 작품의 ‘해피엔딩’은 결말이 아니라 과정의 품격이다. K-그라피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글과 그림의 협업을 넘어선다. 글씨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관계의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