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라피 이길주 기자 | 이 작품은 크고 극적인 결말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작고 구체적인 바람을 건넨다. “하루에 한 번쯤은 누군가 무릎을 탁 칠 수 있고, 누군가의 하루가 따뜻함으로 채워지면 좋겠다.” 김학주의 시는 인생의 결론을 선언하지 않는다. 그것은 태도의 축적에 가깝다. 조윤민 작가의 K-그라피는 이 태도를 가장 다정한 이미지로 번역한다.
작품 속 기린은 고개를 낮춘다. 가장 키가 큰 동물이 가장 낮은 자세로 다가오는 장면이 대비가 작품의 윤리다. 높이의 상징인 기린이 낮아질 때, 돌봄은 비로소 가능해진다. 엄마 기린의 눈빛과 아기 기린의 체온이 맞닿는 순간, 시의 문장은 더 이상 추상이 아니다. 지혜는 설명이 아니라 몸짓이 된다.
먹으로 적힌 문장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하루의 호흡을 닮는다. 급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으며, 한 줄 한 줄이 ‘숨 고르기’의 리듬을 유지한다. 색채는 파스텔처럼 번져 따뜻함을 남기고, 여백은 말하지 않은 친절의 자리를 비워 둔다. 이 작품의 ‘해피엔딩’은 결말이 아니라 과정의 품격이다.
K-그라피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글과 그림의 협업을 넘어선다. 글씨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관계의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난 뒤, 우리는 묻게 된다. 오늘 나는 누군가에게 고개를 낮출 수 있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해피엔딩을 가능하게 하는 첫 문장이다.
K-그라피 칼럼 | 지혜를 쓰는 가장 낮은 자세
K-그라피는 ‘잘 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를 묻는다. 조윤민 작가의 작업에서 획은 힘을 과시하지 않고, 의미는 속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시의 문장은 화면을 지배하지 않고, 이미지와 나란히 걷는다.
기린의 목선은 곡선의 미학을 완성하고, 곡선은 문장의 완급과 호응한다. 이때 글은 읽히는 텍스트를 넘어 공감의 동선이 된다. K-그라피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메시지를 크게 만들지 않고, 감각을 가까이 데려오는 것. 작은 배려가 큰 온기가 되는 순간을, 시각의 언어로 증명하는 것이다.

작가 노트 | 조윤민 명인
이 작품을 그리며
‘해피엔딩’이란 말의 크기를 줄이고 싶었습니다.
삶이 늘 완벽할 수는 없지만,
하루에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다정해질 수는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기린을 그렸습니다.
가장 높은 존재가
가장 낮은 자세로 다가오는 장면을...
이 작품의 글씨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제 삶에서 배운 작은 지혜처럼
천천히, 숨을 고르며 적었습니다.
만약 이 그림 앞에서
누군가의 마음이 잠시 따뜻해진다면,
그것으로 오늘은
충분히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