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총사 컬럼] 김태곤 작가의 “바람의 자유를 읽다.”

- 바람은 붙잡히지 않는다

K-그라피 이성준 기자 | 이 글씨 앞에 서면, 우리는 먼저 ‘읽지’ 않는다. 대신 느낀다. 글자는 의미로 다가오기 전에, 기류氣流처럼 몸에 닿는다.

 

 

김태곤 작가의 ‘바람의 자유’는 문장을 쓰지 않는다. 그는 바람이 지나간 흔적을 남긴다. 먹은 획이 아니라, 숨의 방향으로 번지고 색은 칠해진 것이 아니라 스며든다.

 

붉은 바탕은 고요하지 않다. 마치 오래된 시간 속에 쌓인 기억처럼, 번짐과 얼룩은 질서 없이 겹쳐 있다. 그 위를 가로지르는 푸른 획, 그 획은 결코 단정하지 않다. 흔들리고, 갈라지고, 멈칫한다.

 

그러나 바로 그 불안정함
이 작품을 자유롭게 만든다.

 

“꽃잎이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바람 속에
먼 바다도 파도소리가 들린다.”
   - 지안스님 詩 중에서

 

시의 문장은 작품 아래에 조용히 놓여 있지만,

실은 이미 화면 전체에 흩어져 있다.
글씨는 꽃잎이 되고,

꽃잎은 나비가 되며,

나비는 바람을 따라 사라진다.

 

이 작품에서 ‘바람’은 자연이 아니다.

집착을 내려놓은 상태,

형태를 고집하지 않는 마음,

머무르지 않으려는 의지다.

 

그래서 이 글씨는 말한다.

자유란 더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붙잡지 않는 것이라고.

 

작가 노트 | 김태곤 명인
나는 글자를 쓰기보다
글자가 떠나도록 두고 싶었다.

 

먹이 번지고
색이 스며들고
획이 완성되지 않을 때,
그 순간이 가장 바람답다고 느꼈다.

 

자유는
형태가 아니라
흐름에 있다.

 

이 작업은
붙잡지 않음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