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라피 이성준 기자 | 박노해의 詩 ‘청매화’는 기다림과 인내를 말하지만, 그 방식은 소리보다 먼저 도착하는 향기다. 눈길을 걸어온 청매화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시린 바람 곁에서 피어나, “내가 왔다”고 말하지 않고도 이미 도착해 있음을 알린다.
은새 인복 작가의 K-그라피는 이 시의 정서를 여백과 절제된 선으로 옮긴다. 화면 한쪽에서 비스듬히 뻗은 매화 가지는 혹독한 겨울을 견뎌온 시간의 궤적처럼 보이고, 그 끝에 맺힌 작은 꽃들은 침묵 속에서 완성된 존재의 증거다. 굵고 담담한 획은 바람을 견딘 몸의 기억을 닮았고, 여백은 눈길 위에 남은 숨결처럼 고요하다.
이 작품에서 ‘오는 것’은 발걸음이 아니라 향기다. 먼저 마음에 닿고, 나중에 형상을 남긴다. 그래서 이 K-그라피는 누군가를 부르는 작품이 아니라, 알아보는 작품이다. 향기가 날아오면, 우리는 이미 서로를 알아본다.

작가노트 | 백인복 명인
말하지 않아도, 나는 여기에
청매화는 가장 추운 계절에 피어도
자신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향기로 먼저 도착합니다.
이 작업에서 저는
보여주기보다 남겨두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보는 순간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시린 바람 속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 존재처럼,
이 글과 그림 또한
조용히 다가가
마음 한켠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