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라피 이성준 기자 | 김용택의 詩는 늘 자연에서 시작해 사람에게로 돌아온다. ‘다시 설레는 봄날에’, 또한 그렇다. 이 시에서 봄은 계절이 아니라 마음의 회복이며, 설렘은 젊음이 아니라 다시 믿어보려는 용기다.
장세진 작가의 K-그라피는 이 시의 정서를 ‘길’로 번역한다. 작품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곡선의 길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수없이 포기했던 마음을 다시 건너는 내면의 동선이다. 논두렁처럼 굽이진 길, 아직 차가운 물빛을 품은 강, 그리고 끝내 피어나는 봄꽃이 모든 요소는 삶이 늘 곧게만 흐르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결국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믿음을 말한다.
먹으로 쓴 글씨는 서두르지 않는다. 획은 단정하지만 완결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시 설레는 봄날에”라는 문장은 선언이 아니라 초대다. 이미 설레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설레도 괜찮아진 마음의 상태를 조용히 내어준다. 그래서 이 작품의 봄은 소란스럽지 않다. 오히려 한 번 더 삶을 믿어보기로 한 사람의 낮은 목소리에 가깝다.
K-그라피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글과 그림의 역할을 나누지 않는다. 글씨는 풍경이 되고, 풍경은 시의 행간이 된다. 읽는 이는 문장을 따라가다 길 위에 서고, 길을 보다가 다시 문장으로 돌아온다. 이 왕복의 리듬 속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설렘은 새로 시작하는 힘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힘임을 우리는 안다.
작가 노트 | 장세진 명인
이 시를 쓰며
저는 ‘처음’보다 ‘다시’라는 단어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살다 보면 설레지 않는 이유는
봄이 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닫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길은 곧지 않습니다.
돌아가고, 멈추고, 다시 흐릅니다.
그럼에도 길은 끝내 이어집니다.
글씨는 힘을 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봄이 스스로 오는 것처럼,
설렘도 억지로 불러오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 그림 앞에서
누군가가 잠시 멈춰 서서
“그래도 다시 한 번”이라고
마음속으로 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작품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