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총사 칼럼] 김나은 작가의 “선택의 해, 말은 망설이지 않는다.”

- 이 말은 달립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습니다.
- “당신은, 당신을 믿고 있는가.”

K-그라피 강경희 기자 |  병오년, 붉은 말의 해는 언제나 ‘선택’이라는 단어를 앞세운다. 달려야 할지, 멈춰야 할지. 우회할지, 직진할지. 새해가 올 때마다 우리는 같은 질문 앞에 선다.

 

 

김나은 작가의 이번 작품 속 말은 그 질문에 아주 단순한 답을 내놓는다.
“나는 나를 믿고 간다.”

 

수묵으로 그려진 말의 몸체는 분명하다. 검은 먹은 망설임이 아니라 집중이다. 흐르는 선은 흔들림이 아니라 방향이다. 말의 갈기는 바람에 휘날리지만, 시선은 앞을 향한다. 그 앞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지 못해도, 뒤를 보지 않는 태도만은 분명하다.

 

화면 곳곳에 번지는 따뜻한 색의 꽃들은 시간처럼 스며든다. 삶의 선택에는 늘 결과가 따라오고, 그 결과는 때로 상처처럼 번지기도, 축복처럼 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과의 모양이 아니라 결정을 내린 주체가 누구인가다.

 

작가는 말이라는 상징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새해의 선택 앞에서 너무 오래 머뭇거리지 말라고. 완벽한 답을 기다리기보다,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용기를 먼저 꺼내 들라고...

 

병오년의 말은 묻지 않는다.
“될까?”
대신 이렇게 말한다.
“가면 된다.”

 

병오년, 선택의 문 앞에서 새해는 언제나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무엇을 택할 것인가,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

 

2026년 병오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한·중 예술교류전에서 김나은 작가의 작품은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건넵니다. 선택의 순간에 필요한 것은 정보보다 믿음이라는 사실입니다.

 

말은 예로부터 결단과 이동, 그리고 운명의 상징이었습니다. 작가의 말은 장식되지 않았고, 과장되지 않았으며,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로 서 있습니다. 그것은 거창한 성공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 태도를 조용히 권유합니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수많은 갈림길 앞에 섭니다.

 

그때마다 이 작품이 기억나기를 바랍니다.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발걸음은 무거워집니다. 그러니 너무 오래 서 있지 마십시오. 자신을 믿고 한 걸음 내딛는 것, 그것이 병오년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가장 단순하고도 가장 어려운 선택일지 모릅니다.

 

K-그라피, 이름으로 서다.
김나은 작가의 이 작품은 단순한 수묵 회화나 감성적 캘리그래피가 아니다. 이 작품은 K-그라피(K-Graphy)라는 이름으로, 정체성을 분명히 한 채 국제 무대에 선다.

 

획은 장식이 아니라 사유이며, 글은 읽히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존재의 선언이다. 말의 형상과 문자, 먹의 흐름과 여백의 리듬이 하나의 언어로 결합된 이 작업은 서구적 ‘캘리그라피(Calligraphy)’의 범주를 넘어, 한국의 정신과 선택의 철학을 담아낸 독자적 조형 언어로 기능한다.


중국 산둥성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한·중 예술교류전에서 김나은 작가의 작품은 번역된 이름이 아니라, 스스로의 이름,K-그라피로 소개된다.

 

이는 하나의 작품 전시를 넘어, 한국 붓 예술이 더 이상 타자의 언어에 기대지 않고
자기 이름으로 세계와 마주하는 순간이다.

 

병오년, 선택의 해.
이 작품은 말한다.
예술도, 인간도, 이제는 자신을 믿고 자기 이름으로 나아갈 시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