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하총사 칼럼] 김경자 작가의 ‘동백, “정태문 詩 「그러기에」 ”

- k-그라피 “겨울을 이기는 말, 동백”

K-그라피 이성준 기자 |  “겨울이라고 아무 꽃도 피지 않는다고 말하지 마라.” 정태문의 시 「그러기에」는 단호하다. 계절을 이유로, 나이를 이유로, 절망을 이유로 삶을 단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김경자 작가의 ’동백‘은 이 시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시가 말하려는 진실을 한 송이 꽃으로 증언한다.

 

 

작품 속에 동백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절제된 붉음으로 겨울의 공기를 견딘다.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도 잎은 푸르고, 꽃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그 옆에 머문 작은 새 한 마리는 생의 온기를 상징한다. 떠나지 않고 머문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희망임을 말하듯...

 

김경자 작가의 붓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먹과 채색은 조용히 겹쳐지고, 여백은 말보다 깊다. 이 여백 속에서 동백은 외친다.
“나는 피어야 할 때가 아니라, 피어야 할 이유로 핀다.”

 

시의 중반부, “절망이라고 삶의 의지마저 꺾지 마라 / 우리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라는 구절은 이 작품의 중심 사상이다. 동백은 희망을 ‘기다리는’ 꽃이 아니다. 희망을 직접 증명하는 존재다. 그래서 이 그림의 겨울은 차갑지만, 차갑기만 하지는 않다.

 

마지막 연, “신은 우리의 마지막 날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문장은 이 작품을 인간의 시간으로 끌어온다. 나이가 들어도, 계절이 깊어도, 끝을 알 수 없기에 우리는 계속 피어야 한다. 김경자 작가의 동백은 바로 그 믿음을 시각 언어로 완성한다.
이 작품은 묻지 않는다. “지금이 가능한가?”
대신 말한다. “그러기에, 지금이다.”

 

작가 노트 | 김경자 명인
정태문 시인의 「그러기에」를 처음 읽었을 때
가장 오래 남은 말은 ‘말하지 마라’였습니다.

 

겨울이라고,
절망이라고,
늙었다고
스스로에게 너무 쉽게 말해버리는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동백은 그런 말들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저 한겨울에 피어날 뿐입니다.
피어 있음으로 충분히 말합니다.

 

이 작품을 그리며
저는 꽃을 응원한 것이 아니라
꽃에게 배웠습니다.

 

끝을 모르기에 희망이 있고,
희망이 있기에 오늘을 산다는 것.

 

그러기에
동백은 오늘도 겨울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꽃을 피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