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총사 칼럼] 이현희 작가의 "정희성의 희망공부"

- 희망은 절망의 반대가 아니라, 그 안에서 빛난다.

K-그라피 이길주 기자 |  이 작품은 위로를 서두르지 않는다. 이현희 작가의 K-그라피 ‘희망공부’는 먼저 어둠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라는 정희성의 문장은, 희망을 낙관이나 주문으로 오해해온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단단한 질문을 던진다.

 

 

깊은 남청색 바탕은 밤하늘이자 인간의 내면이다. 별처럼 흩뿌려진 미세한 빛들은 희망의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어둠이 충분히 깊을 때만 드러나는 존재의 증거다. 화면 상단의 ‘희망공부’는 금빛에 가까운 중후한 채색으로 쓰였다. 이 대비는 명확하다. 희망은 밤을 지우지 않는다. 밤 위에 공부하듯, 익히듯 놓인다.

 

중앙의 시구들은 수직으로 차분히 내려온다. 획은 서두르지 않고, 먹은 과장되지 않는다. 이는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것”이라는 시의 핵심을 시각적 리듬으로 번역한 결과다. 읽는 이는 문장을 따라 내려오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호출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설득이 아니라 동의를 얻는다.

 

마지막 문장,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 그 누가 이 세상을 비추어 줄까”에 이르면, 작품은 질문을 관람자에게 건넨다. 답은 작품에 없다. 대신 별빛 같은 여백 속에 남겨진다. K-그라피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글씨는 말을 끝내지만, 사유는 시작된다.

 

 

작가 노트 | 이현희 명인
희망을 밝게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희망은 늘 어둠 속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별을 떠올렸습니다.
밤이 사라지면
별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탕을 깊게 깔고
글씨를 그 위에 올렸습니다.
희망은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자라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이
지금 어둠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그래도 별은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해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