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라피 이성준 기자 | 떠나는 것은 언제나 몸이지만, 남는 것은 마음이다. 오애순의 시 「두고가는 마음에게」는 이 단순한 진실을 가장 조용한 언어로 건넨다. 이윤정 작가는 그 조용함을 더 낮은 음역으로 끌어내린다. 화면의 푸른 밤은 울음을 삼킨 하늘 같고, 반달은 끝내 다 말하지 못한 마음의 표정 같다. 별점처럼 흩어진 여백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좌표다.
굵은 획으로 세운 제목의 수직은 이별의 단호함을 닮았고, 그 옆에 흐르듯 이어지는 문장은 남겨진 마음의 진동을 닮았다. “이제는 길에 없어도 당신 계신 줄 압니다.”라는 문장은 작별의 문장인 동시에 신뢰의 선언이다. 떠나보내는 법을 배웠기에, 남겨두는 법도 알게 된 마음이 작품은 그 성숙을 보여준다.
이윤정 작가의 K-그라피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먹의 농담은 절제되어 있고, 속도는 늦다. 느린 속도는 애도의 품격이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의 위로는 즉각적이지 않다. 대신 오래 남는다. “아까운 당신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화면 아래에 내려앉을 때, 우리는 알게 된다. 이별은 패배가 아니라 감사의 형식일 수 있음을.

K-그라피 칼럼 | 남겨진 마음을 쓰는 법
K-그라피는 글씨를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머물게 하는 방식이다. 이 작품에서 글자는 정보가 아니라 호흡이다. 획의 시작과 끝, 멈춤과 번짐은 시의 행간을 시각화한다. 반달과 여백은 문장 밖의 문장은 말하지 않은 것들이 머무는 자리다.
이윤정 작가의 화면 구성은 수직과 수평의 긴장을 활용한다. 수직의 제목은 결심을, 수평의 본문은 수용을 상징한다. 이 둘의 교차에서 K-그라피는 말한다.
떠나는 것을 인정할 때, 남겨진 마음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
K-그라피의 미학은 여기서 선명해진다. 읽는 행위는 보는 행위로 확장되고, 보는 행위는 견디는 시간으로 확장된다. 글과 그림의 경계는 사라지고, 남는 것은 ‘두고 가는 마음’을 잘 돌보려는 태도다.
작가 노트 | 이윤정 명인
이 시를 쓰며
저는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남겨진 마음’이 되고 싶었습니다.
말을 줄이고, 속도를 늦추었습니다.
달은 온전하지 않아도 밤을 밝히고,
마음은 비어도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화면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의 획은 붙잡지 않습니다.
다만 놓아줍니다.
놓아주되, 감사로 마무리합니다.
두고 가는 마음에게
오늘도 말해봅니다.
아까운 당신,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