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라피 이길주 기자 | 이 작품의 제목은 단순한 도형의 나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삶을 바라보는 깊은 통찰이 숨어 있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 서로 닮지 않았고,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으며, 각자의 방식으로만 존재하는 형상들. 그러나 연경미 작가는 말한다. 그 다름이 나란히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산다고...
작품 중앙을 가르는 거대한 먹의 덩어리는 규정되지 않은 삶의 질량처럼 보인다. 번짐과 튐, 날것의 흔적은 계산되지 않은 시간의 기록이다. 그 위에 놓인 글씨는 설명이 아니라 자각의 문장이다. “삶이던가...라는 여운의 마침표는, 정답 대신 질문을 남긴다.
K-그라피의 언어로 볼 때 이 작품은 ‘쓰기’보다 놓기에 가깝다. 획은 다듬어지지 않았고, 균형은 의도적으로 깨져 있다. 그러나 그 불균형 속에서 화면은 오히려 안정된다. 세모가 날카로움을, 네모가 버팀을, 동그라미가 포용을 맡듯, 삶 또한 서로 다른 성질들이 맞닿아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연경미 작가의 K-그라피는 차이를 조정하지 않는다. 설득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대로 두고, 나란히 서게 한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아름다움은 닮음에서가 아니라, 공존의 배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K-그라피 칼럼 | 도형으로 읽는 삶의 문법
K-그라피는 글씨의 미학이 아니라 사유의 배치다. 이 작품에서 ‘세모·네모·동그라미’는 형태를 넘어 관계의 은유가 된다. 각은 각대로, 면은 면대로, 원은 원대로 제 자리를 지키며 서로의 결핍을 보완한다.
연경미의 화면에서 먹은 규칙을 따르지 않고, 글자는 장식이 되지 않는다. 이때 K-그라피는 말한다.
삶은 하나의 모양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도형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듯, K-그라피는 글과 그림의 경계를 지우기보다 겹치게 한다. 읽는 이는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배열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느낌 속에서 삶의 구조를 다시 배운다. 다름이 곁에 있을 때, 세계는 균형을 얻는다는 것을...

작가 노트 | 연경미 명인
이 작업은 어떤 결론을 말하기 위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살아오며 자주 스쳐간 생각 하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왜 우리는
서로 다른 모양을 불편해할까.
왜 닮지 않으면 틀렸다고 말할까.
세모 옆에 네모가 있고,
네모 옆에 동그라미가 있을 때
세상은 오히려 안정되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배열을 그대로 두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의 획은
정리되지 않은 마음의 기록입니다.
삶처럼, 때로는 튀고
때로는 번지며
결국 하나의 장면을 이룹니다.
‘삶이던가...’라는 마지막 말은
답이 아니라 멈춤입니다.
그 멈춤 앞에서
각자의 모양으로
잠시 서 보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