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강경희 기자 | 2026년 병오년 새해 첫날인 1월 1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 전관에서 열린 2026 세화歲畫 특별전 「어서 오세요, 벽사초복僻邪招福·服」이 내외 귀빈과 관람객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K-민화와 K-민화한복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세화전으로, 전통 회화가 ‘보는 예술’을 넘어 ‘입고 걷는 예술’로 확장되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조낭경 대표가 이끄는 고은자락의 K-민화한복이 있었다. 조 대표는 민화 속 호랑이, 사자, 길상문, 복福의 상징들을 한복의 선과 색으로 재해석해 무대 위에 올렸다. 전시장은 K-민화 작품 전시를 중심으로 ▲k-민화한복 패션쇼 ▲세화 특별전 시상식 ▲대한민국 명인 인증서 수여 ▲‘한국을 빛낸 예술인 100인 대상’ 시상 ▲문화 퍼포먼스로 이어지며, K-민화 종합 문화축제로 구성됐다. 이는 민화를 단순한 전통 회화 장르가 아닌, 패션·라이프스타일·공공외교를 아우르는 살아 있는 문화 언어로 확장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조낭경 대표는 인사말에서 “이번 전시는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세화의 의미를 한복에 담아 삶의 현장으로 끌어낸 자리”라며 “
K-민화 이성준 기자 | K-민화에서 말은 언제나 속도의 상징이었다. 출세, 합격, 입신양명. 말은 인간의 욕망을 태우고 가장 빠르게 달리는 존재였다. 그러나 이지연 작가의 '복마福馬'는 다르다. 이 말은 달리지 않는다. 대신 단단히 ‘서’ 있다. 작품 중앙의 백마는 힘찬 질주 대신 균형 잡힌 자세로 자리한다. 말의 등 위에는 책과 문방구, 붓과 종이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복이란 우연히 굴러오는 행운이 아니라, 공부와 준비, 일상의 축적 위에 놓이는 것임을 말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복福’의 배치 방식이다. 이 작품에서 복은 외부에서 날아오지 않는다. 말의 몸, 책의 무게, 도구의 질서 속에 이미 내재해 있다. 복은 목표가 아니라 상태이며, 결과가 아니라 태도다. 이것이 이지연의 복마가 전통 민화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책거리와 말의 결합, 생활 민화의 진화의 복마는 책거리의 상징 체계를 차용하면서도 이를 한 단계 확장한다. 책은 지식이고, 붓은 실천이며, 말은 이동이다. 이 세 요소가 한 화면에 공존할 때, 민화는 더 이상 과거의 길상도가 아니다. 오늘을 사는 사람의 생활 철학이 된다. 말 아래에 배치된 꽃문 장식과 둥근 기물
K-민화 이성준 기자 | 호랑이는 언제나 강하다. 그러나 박현정 작가의 '송죽설호'가 보여주는 강함은 포효의 크기가 아니라 버티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눈발이 흩날리는 설경 속, 송죽 사이를 가르며 내려오는 이 설호雪虎는 위협보다 결기를 먼저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겨울은 배경이 아니다. 겨울은 시험이며, 설호는 그 시험을 통과하는 존재다. 눈은 온 화면을 덮되 시야를 가리지 않고, 소나무와 대나무는 휘어질지언정 꺾이지 않는다. 박현정 작가는 이 자연의 질서를 통해 호랑이의 성정性情을 규정한다. 강함은 돌진이 아니라 지속이며, 용기는 소란이 아니라 침착이라는 선언이다. 호랑이의 발걸음은 낮고 무겁다. 한 발 한 발이 산의 결을 읽듯 이어진다. 이는 민화의 전통적 호랑이가 가진 해학이나 과장의 영역을 넘어, 현실의 무게를 감내하는 존재로서의 호랑이다. 눈을 밟는 소리까지 들릴 듯한 묘사는 단순한 사실주의가 아니라, 시간의 밀도를 화면에 심어 넣은 결과다. 색채의 선택 또한 절제되어 있다. 설경의 백색은 과도하게 번지지 않고, 호피의 선은 또렷하되 과장되지 않는다. 송죽의 녹은 차갑게 살아 있고, 바위의 회색은 계절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한다. 이는 기술의 과시가
K-민화 이존영 기자 | 봉황은 함부로 날지 않는다. 태평성대가 아니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군자가 다스리는 세상이 아니면 노래하지 않는다. 그래서 봉황은 k-민화에서 ‘권력’보다 먼저 품격의 상징으로 그려져 왔다. 김민주 작가의 '봉황도'는 이 오래된 상징을 오늘의 언어로 조용히 번역해낸 작품이다. 이 봉황은 위엄으로 군림하지 않는다. 날개를 크게 펼치지 않고, 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대신 바위 위에 내려앉아 주변의 생명을 바라본다.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며, 곤충과 새들이 저마다의 궤적을 그리는 가운데 봉황은 중심에 있으되 중심을 주장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그림의 첫 번째 미덕이다. 작품의 구성은 위로 치솟기보다 아래로 뿌리내린 질서를 따른다. 바위는 흔들림 없는 토대처럼 봉황을 받치고, 그 위에 피어난 모란과 매화는 계절과 덕목을 동시에 상징한다. 모란의 풍요와 매화의 절개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봉황은 화려함 위에 서는 존재가 아니라, 절제된 풍요 위에 머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봉황의 깃털은 특히 인상적이다. 녹청과 주홍, 백색과 금빛이 겹겹이 쌓였지만 과장되지 않는다. 이는 기술의 과시가 아니라, 오랜 수행 끝에 도달한
K-민화 이성준 기자 | 이 그림 앞에서는 누구도 서두르지 않게 된다. 노지영 작가의 '화조도'는 한 계절의 풍경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생명이 머무는 방식을 조용히 들려준다. 화면을 가득 채운 매화 가지와 꽃, 그리고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는 새들은 ‘움직임’보다 ‘공존’을 먼저 말한다. 화조도는 민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장르다. 왕도, 신선도, 호랑이도 아닌 꽃과 새. 일상의 풍경이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자연의 언어다. 그러나 노지영의 화조도는 단순한 길상吉祥의 나열이 아니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하나의 나무가 서 있고, 그 나무를 기준으로 수많은 생명이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며도 질서를 잃지 않는다. 나무의 줄기는 굽이치되 흔들리지 않는다. 세월의 흔적처럼 패인 옹이와 뒤틀린 가지는 생의 굴곡을 닮았고, 그 위에 핀 매화는 시련 이후에 오는 단단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꽃은 만개했지만 과시하지 않고, 새들은 날지만 소란스럽지 않다. 모두가 자기 몫의 봄을 살고 있을 뿐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새들의 배치다. 까치, 제비, 원앙, 이름 모를 작은 새들까지 이들은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다. 어떤 새는 날고, 어떤 새는 쉬며, 어떤 새는 서로를 바
K-민화 이성준 기자 | 이 그림 앞에 서면 먼저 고요한 질서가 다가온다. 요란한 기교도, 감정을 앞세운 서사도 없다. 대신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오래된 약속처럼 견고한 균형이다. 조경선 작가의 '일월오봉도'는 ‘왕의 병풍’이라는 익숙한 틀을 빌려, 그보다 훨씬 근원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누가 중심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중심인가라는 질문이다. 일월오봉도는 본래 권력의 상징이었다. 해와 달, 다섯 봉우리, 소나무와 물이 질서는 왕을 우주의 중심에 놓기 위한 시각적 장치였다. 그러나 조경선의 화면에서 왕은 사라진다. 대신 남는 것은 질서 그 자체다. 위와 아래가 뒤집히고, 현실과 반영이 맞물리며, 하늘과 땅은 서로를 비춘다. 중심은 비어 있고, 그 자리에 우주의 리듬이 놓인다. 특히 수면水面을 가로지르는 반복의 파동은 인상적이다. 겹겹이 쌓인 물결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시간의 층위처럼 읽힌다. 흐르되 무너지지 않고, 반복되되 지루하지 않다. 이는 민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과 질서를 통한 안정을 현대적으로 번역한 결과다. 자연은 요동치지만, 그 요동 안에는 언제나 법칙이 있다. 색의 선택 또한 치밀하다. 짙은 남색의 하늘, 절제된 황토와 녹청, 그리
K-민화 이성준 기자 | 이혜원 작가의 '수복 백물도'는 화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기물과 상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아온 ‘복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이 그림은 부귀를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정직하게 펼쳐 보인다. 백물도는 말 그대로 수많은 물건이 등장하는 그림이다. 그러나 이 물건들은 시장의 진열품이 아니다. 책과 문방구는 배움의 시간을, 악기와 도구는 익힘의 세월을, 그릇과 생활 기물은 살아낸 하루하루를 상징한다. 이혜원 작가의 백물도는 물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흔적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특히 ‘수복壽福’이라는 두 글자가 화면 전체를 감싸듯 배치된 점은 의미심장하다. 장수와 복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래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복만 많아도 균형을 잃는다. 이 작품은 민화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진리를 다시 꺼내 놓는다. 복은 오래 쌓여야 깊어지고, 장수는 바르게 살아야 의미를 얻는다는 사실이다. 구조적으로 보아도 이 작품은 흥미롭다. 단단한 탁자 위에 올려진 백물은 무너지지 않는다.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위에는 정신의 상징이, 아래에는 생활의 토대가 놓인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민화적 세계관의 정
K-민화 이성준 기자 | 이 그림에는 호랑이가 없다. 그러나 누구도 이 작품 앞에서 호랑이의 부재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호랑이보다 더 호랑이 같은 기운이다. 이경아의 '호피도'는 형상을 지운 자리에서 본질만을 남긴 k-민화다. 호피虎皮는 단순한 무늬가 아니다. 조선의 민화에서 호피는 권위와 벽사僻邪, 그리고 두려움을 넘어서는 생존의 상징이었다. 왕의 좌정 아래 깔리던 호피, 장수의 용맹을 대신하던 호피는 ‘사냥된 짐승의 껍질’이 아니라, 제어된 힘의 표식이었다. 이경아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호랑이의 눈, 이빨, 발톱을 모두 지우고도, 힘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작품 중앙을 따라 흐르는 대칭의 축은 인상적이다. 무작위처럼 보이는 점과 얼룩들은 실은 치밀한 리듬을 이루며, 중심을 기준으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한다. 이는 자연의 무늬를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라, 자연이 가진 질서를 해석한 결과다. 야성은 혼돈이 아니라, 스스로의 법칙을 지닌 상태임을 이 작품은 말한다. 색감 또한 절묘하다. 황토에 가까운 바탕 위에 얹힌 검갈색의 무늬는 과하지 않으며, 오히려 오래된 시간의 결을 닮았다. 이는 ‘날카로운 포효’가 아니라, 침
K-민화 김학영 기자 | K-민화와 민화한복이 만나는 ‘세화 특별전’이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새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던 전통 세화歲畵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K-민화 전시와 민화한복 패션, 문화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융복합 특별전으로 기획됐다. 특히 세화 특별전 “어서 오세요” “벽사초복僻邪招福·服”을 주제로, 민화가 지닌 민간적 상징성과 한복의 조형미를 결합해 전통 예술이 오늘날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세화 특별전은 K-민화를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입고 걷고 경험하는 K-컬처 콘텐츠로 확장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전시의 의미를 담아, 담화총사는 「K-민화가 지구촌 민간民間 시대를 연다」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을 통해 세화전이 지닌 문화적·외교적 함의를 짚는다. 세화전은 선언한다. 전통은 과거가 아니라 방식이며, K-민화는 장르가 아니라 언어라고. 새해 첫날 서울에서 시작된 이 장면은 머지않아 세계 곳곳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박물관의 벽을 떠난 민화는 이제 한복의 자락을 타고 걷는다. K-민화가 지구촌 민간 시대를 여는 순간, 문화외교
K-민화 이성준 기자 | k-민화에서 정원은 늘 말이 없는 장소였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삶의 원칙이 숨 쉬고 있었다. 김건하 작가의 ‘화정도’는 그 오래된 침묵을 다시 불러낸다. 이 그림 속 정원에는 위계가 없다. 당근과 가지가 꽃보다 낮지 않고, 국화와 작약이 채소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나비와 곤충은 장식처럼 머무르지 않고, 순환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는 질서가 없는 세계가 아니라, 서열이 필요 없는 세계다. 민화는 원래 삶의 그림이었다. 김건하는 그 사실을 과장하지 않는다. 상서도, 길상도라는 이름으로 덧칠된 해석을 걷어내고, 생활의 본래 자리로 그림을 되돌린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눈을 압도하는 화려함 대신, 마음을 붙드는 균형이 있다. 당근은 땅속에서 자라난다.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뿌리를 키운 뒤에야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가지는 소리 없이 열매를 맺고, 꽃은 피되 스스로를 자랑하지 않는다. 김건하 작가의 화정도는 이 평범한 존재들의 태도를 통해 말한다. 삶의 중심은 늘 조용한 곳에 있다고. 그 위를 오가는 나비와 곤충은 잠시 머물다 떠난다. 그러나 그 짧은 체류가 있어 정원은 살아 움직인다. 먹고사는 문제와 아름다움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