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라피 이성준 기자 | 이예임 작가의 K-그라피 작품은 크고 강한 언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하루를 버티게 하는 최소한의 온기를 꺼내 놓는다.
“햇살 한 겹, 바람 한 줌 / 조용히 품어 안으면 / 오늘의 나도 어제보다 더 따뜻해진다.” 이 문장은 위로가 아니라 생활의 감각에 가깝다. 이 작품에서 글씨는 선언하지 않고, 조용히 덮어준다.
작품 중앙을 채운 힘 있는 붓글씨는 거칠지만 과하지 않다. 획의 속도는 빠르되, 멈춤이 분명하다. 이는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리듬이다. 글씨 주변의 여백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머무를 자리이며, 그 여백 덕분에 문장은 독자의 일상으로 스며든다.
하단에 그려진 면화는 이 작품의 시각적 은유다. 면화는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따뜻한 재료다. 몸에 닿아야 비로소 가치가 완성되는 존재. 이는 작품의 문장과 정확히 겹친다. 따뜻함은 멀리 있지 않고, 조용히 안을 때 비로소 느껴진다는 사실. 이예임 작가의 K-그라피는 글과 그림을 통해 그 단순한 진실을 증명한다.
K-그라피의 미학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이 작품은 보여주기 위한 글씨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글씨다. 오늘의 내가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다면, 예술은 이미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작가 노트 | 이예임 명인
하루를 버티는 데
큰 말이 필요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햇살 한 겹,
바람 한 줌이면
마음이 다시 숨을 쉬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며
붓을 세게 누르지 않으려 했습니다.
따뜻함은
대개 조용히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면화를 그린 이유도 같습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몸을 가장 먼저 덮어주는 존재.
이 작품이
누군가의 오늘을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