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총사 칼럼] 조진원 작가의 “김소현 詩 ‘꽃의 자리’ 중에서”
K-그라피 이존영 기자 | 김소현의 詩 「꽃의 자리」는 삶의 태도를 묻지 않는다. 대신 삶이 이미 보여주고 있는 방식을 가만히 가리킨다. 꽃은 자신이 왜 피어 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햇빛이 머무는 방향으로, 아주 조금씩 몸을 기울이며 자기 몫의 시간을 건너간다. 이 조용한 문장은, 우리가 너무 자주 잊고 사는 삶의 자세를 정확히 짚어낸다. 조진원 작가의 K-그라피는 이 시의 세계관을 ‘중심’과 ‘기울기’로 시각화한다. 화면 한가운데 놓인 둥근 꽃의 자리, 그 원은 무대가 아니라 머무름의 공간이다. 그 안에서 노란 꽃들은 경쟁하지 않는다. 더 앞서 피어나려 하지도, 더 크게 보이려 애쓰지도 않는다. 각자의 위치에서 빛을 받아, 각자의 속도로 시간을 통과할 뿐이다. 먹으로 쓴 글씨는 단정하지 않다. 오히려 숨을 고른 흔적처럼 보인다. 힘을 빼고, 속도를 늦춘 획들은 ‘설명하지 않음’의 미학을 따른다. 이 작품에서 K-그라피는 말한다. 의미는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다고... 그래서 이 작품은 주장하지 않는다. 설득하지도 않는다. 그저 하나의 장면을 놓아둘 뿐이다. 그 장면 앞에 선 우리는 깨닫는다. 꽃의 자리는 정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