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총사 칼럼] 김정애 작가의 ‘남정림의 가을편지’

- 국화 향기 끝에서 도착하는 마음

K-그라피 이성준 기자 |  가을의 편지는 서두르지 않는다. 김정애 작가의 K-그라피 작품 ‘남정림의 가을편지’는 ‘배달 중인 마음’이라는 시적 발상을 시각적 서사로 풀어낸다. 이 작품에서 사랑은 이미 도착한 감정이 아니라, 향기를 남기며 다가오는 과정이다.

 

 

작품 상단을 장악한 굵은 글씨 ‘그대’는 부름이자 중심이다. 호명은 언제나 관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 아래로 이어지는 시구는 세로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며, 마음이 이동하는 시간을 만든다. “내 마음이 배달 중임을 알아주세요”라는 문장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기다림에 대한 예의다.

 

국화는 이 작품의 핵심 상징이다. 바구니에 담긴 국화는 화려하게 피지 않는다. 대신 깊고 오래 남는 향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이는 요란한 언어 대신 묵묵히 지속되는 사랑의 태도와 닮아 있다. 먹의 농담과 국화의 담담한 색채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여백 속에서 감정을 증폭시킨다.

 

K-그라피의 미학은 여기서 명확해진다. 글은 읽히는 대상이 아니라 도착하는 존재가 된다. 김정애의 붓은 감정을 소유하지 않는다. 다만 그 감정이 상대에게 닿을 때까지의 거리와 속도를 정직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은 그래서 고백이 아니라 배달 확인서에 가깝다. 이미 보냈고, 지금도 오고 있으며, 곧 닿을 것이라는 믿음....

 

 

작가 노트 | 김정애 명인
가을의 사랑은
말보다 향기로 먼저 전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마음이 아직 가는 중이라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사랑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글씨를 급하게 쓰지 않았습니다.
배달 중인 마음은
서두를수록 가벼워지기 때문입니다.

 

국화는 크지 않지만
끝까지 향을 남깁니다.
그 모습이
이 시의 마음과 닮아 있었습니다.

 

이 작품이
도착을 재촉하기보다
기다림의 따뜻함을
조용히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